제목 : 구자일(65회, 구병원 병원장) 안 나와서 겪는 지독한 고통 ‘변비’ 등록일 : 2017-04-06    조회: 8991
작성자 : 사무국 첨부파일:
 
안 나와서 겪는 지독한 고통 ‘변비’
4일 만에 볼일…‘변’이 아니라 ‘병’입니다

 

 

주부 전모(53) 씨는 5년간 지독한 변비에 시달렸다. 3, 4일에 한 번 정도 대변을 보고, 그마저도 지독한 불편을 겪은 뒤에야 화장실을 나올 수 있는 정도다. 힘을 줘도 배변이 되지 않을 때는 항문 주위를 손으로 눌러야 볼일을 끝낼 수 있었다. 항문 주변을 심하게 누르다 보니 손에도 시큰거리는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전 씨는 “남편에게도 말을 못하고 지내다가 교정 수술을 받은 후에야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푸념했다. 변비는 배변 횟수가 3, 4일에 한 번꼴이거나 배변 자체가 힘든 경우를 말한다. 전 인구의 5~20%가 호소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특히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직장 벽의 일부가 늘어나 배변이 어려워지는 직장류에 시달리기도 한다.

#대장운동 약해져 장 통과 못 하는 ‘기능성 변비’ 많아

변비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운동 부족과 육류 위주의 식생활 습관, 스트레스 등이 일상화되고 있는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변비(기능성 장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1년 154만7천 명에서 2015년 155만6천 명으로 증가했다. 2015년 기준으로 여성 환자(86만 명)가 남성 환자(69만 명)보다 1.2배나 많았다.

변비는 대변의 배출 횟수가 1주일에 2회 이하이고, 3개월 이상 딱딱하고 굵은 변이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변비가 생기면 배가 아프거나 속이 꽉 찬 느낌이 들고, 변이 마르고 단단해 배변에 어려움을 느낀다.

변비는 대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기능성 변비와 대장암이나 직장암, 척추질환, 전신질환 등으로 인한 기질성 변비(이차성 변비)로 구분된다. 기능성 변비 환자 중 60% 이상은 대장의 운동이 활발하지 않아 생기는 ‘서행성(이완성) 변비’다. 장벽이 경련 상태로 수축해 변이 장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련성 변비’(과민성 장증후군)와 골반 출구의 기능적, 구조적 이상으로 인한 ‘직장형(출구폐쇄형`직장항문형) 변비’도 각각 20%를 차지한다.

서행성 변비는 대장운동이 약해지면서 변의 대장 통과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말한다. 음식을 적게 먹으면 대변의 양이 적어 배출되지 못하고 장 속에 정체된다. 식이섬유와 수분이 부족해도 대변이 딱딱해져 변비가 생긴다.

과민성 장증후군도 변비의 원인이다. 복통과 변비가 함께 오고 배변 후에는 증상이 호전되는 게 특징이다.

#질과 항문 사이 눌러야 배변하는 직장류, 심하면 수술도

출산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 여성이 손으로 항문 주위를 눌러야 배변을 할 수 있다면 직장류(직장질벽이완증)를 의심해볼 수 있다. 직장류는 출산이나 노화 등으로 질과 직장, 항문 사이의 조직이 약해지는 게 원인이다. 출산 후 자궁과 질이 늘어나면서 직장과 질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직장과 질 사이의 벽이 얇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배변을 할 때 직장 내의 압력이 높아지면 직장 벽의 일부가 질 쪽으로 늘어나면서 주머니를 만들게 된다. 직장류가 생기면 변이 늘어난 직장 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변비가 된다.

직장류가 생기면 변이 막혀서 잘 나오지 않거나 배변 시 있는 힘껏 힘을 주어도 나오지 않는 증상에 시달린다. 변이 가늘고 불완전하게 배출되기 때문에 잔변감이 느껴지고, 질과 항문 사이를 손가락으로 눌러야 배변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대변이 나오지 않아 손가락으로 변을 파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직장류를 방치할 경우 대장 내에 남아 있던 변이 단단하게 굳어 주변의 묽은 변만 변실금처럼 찔끔찔끔 나오는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대장암 환자 7명 중 1명 진단 전 경험…반드시 약물`교정치료를

변비는 치료 대상이 아닌 불편한 증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변비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변비가 올 수 있다. 이는 변실금이나 치질, 치열 등의 원인이 된다. 변비가 아주 심해지면 골반 장기 탈출증, 장폐색, 장천공 등이 생길 수도 있다. 변비는 대장암의 주요 증상이다. 대장에 암이 생기면 장의 연동운동이 더뎌진다. 2013년 대한대장항문학회 조사에 따르면 실제 대장암 환자 7명 중 1명이 대장암 진단 전에 변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비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서행성 변비와 경련성 변비는 약물을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그러나 스스로 진단을 내려서 변비에 좋다는 약을 구해 먹거나 식품`차 등을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복용량이 많아지고 효과는 점점 떨어지게 된다.

직장류는 직장에 검지손가락을 넣어 질 쪽을 압박하는 직장수지검사나 배변조영술로 확인한다. 최근에는 역동적 골반 자기공명영상 검사로 골반의 장기, 근육, 인대를 모두 자세히 볼 수 있다. 직장류 초기에는 식이요법과 배변 완화제 등으로 치료하면 어느 정도 개선된다. 직장류 등으로 인한 직장형 만성 변비의 경우 주머니 크기가 4㎝ 이상이거나 증상이 심하면 교정수술을 하여야 한다.

구자일 구병원 병원장은 “변비는 식생활 개선과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습관, 복부 및 전신운동, 올바른 배변 습관과 자세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서 “자가 진단을 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와 증상에 맞는 약물 및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구자일 구병원 병원장

 

매일신문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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